※본 포스팅은 작품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과 스포가 매우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전세계를 뒤집었던 ‘제로투 댄스’의 그 ‘제로 투’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나도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전에 ‘제로투 댄스’를 먼저 알았다.
도대체 그 ‘제로 투’가 뭔가 싶어서 이 작품까지 찾아보게 됐다.
여담으로, ‘제로투 댄스’라고는 불리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서 ‘제로투’가 그런 춤을 추진 않는다.
‘제로 투’ 라는 캐릭터 +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ME!ME!ME!> 속 등장하는 춤 + 베트남 노래 <Hai Phút Hơn>
이 3가지 요소가 합쳐진 밈의 총합체다.
<간략한 줄거리>
먼 미래, 황폐해진 대지 위에 세워진 이동 요새 도시 ‘플랜테이션’.
이곳의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전혀 모른 채, 오직 정체불명의 거대 생명체 ‘규룡’과 맞서기 위해 키워진다.
인간형 로봇 ‘프랑키스’에 올라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
하지만 주인공 ‘히로’는 사전 테스트에 낙제해 실의 빠진 상태.
그런 ‘히로’ 앞에 어느 날 붉은 뿔을 가진 정체불명의 소녀 ‘제로 투’가 나타난다.
: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보다. 다양한 오마주의 향연.
메카물이나 유사 메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 작품을 보면서 어라? 싶은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본 작품은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세계관, 설정, 각 화 시퀀스마다 다양한 작품들의 오마주가 잔뜩 들어있다.
우선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오마주한 부분이 상당하다.
기체에 타는 것이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
‘부모님’의 영향력이 강하고, 그에 따른 결핍이 주요하다는 점.
정체불명의 거대생명체라는 ‘규룡’의 설정이 ‘사도’와 유사하다는 점.
‘사도’로부터 ‘에바’를 만들었듯이, ‘규룡’의 시체로부터 ‘프랑크스’를 만들었다는 설정 역시 그러하다.



외에도 <천원돌파 그렌라간>, <용자왕 가오가이가>, <톱을 노려라!> 등
이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명작 라인에 들어가는 작품들의 시퀀스나 설정 등을 상당수 오마주했다.
때문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이전에 이쪽 장르를 즐겨보던 분들이라면,
장면마다 녹여져 있는 다른 작품들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대로 그만큼 이 작품만의 오리지널티가 조금은 떨어진다는 단점도 따라온다.
‘오마주’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작법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8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수많은 작품을 꼼꼼하게 오마주한 것이 오히려 재미로 다가왔다.
오히려 꼼꼼하게 오마주했기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그 전 작품들에 대한 리스펙을 표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힙합을 좋아해서 이런 부분에 더 관대한 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어디 가서 추천하기 민망한 메타포.
이 작품이 오마주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달링 인 더 프랑키스>도 무작정 기체에 올라서 주구장창 ‘규룡’과 싸움만 하지 않는다.
결핍을 안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요소가 필요하고, 작품이 전체적으로 말하는 담론이 있을 텐데
그 큰 주제는 바로 ‘사랑’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리뷰를 했을 때도 ‘사랑’이란 키워드를 꺼내왔으나 본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넓은 범위 ‘사랑’보다는 연인 간의 LOVE, 사랑의 힘을 말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과는 달리,
‘프랑크스’ 기체에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동시에 올라온다는 설정이다.
이 커플로 운용된다는 점을 통해 온갖 종류에 사랑을 표현한다.
보편적인 사랑도 있고, 육체적인 관계에 집중하는 사랑도 있고, 짝사랑도 있고, 풋풋한 사랑도 있고, 심지어는 NTR도 있다.
문제는 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채택한 게 굉장히 섹슈얼하다.
사실 좋게 말해 섹슈얼하다고, 정말 노골적인 방향으로 드러낸다.

남성 조종사와 여성 조종사가 한 쌍을 이루어 동시에 기체를 운용한다는 설정은
그대로 적나라하게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전개시킨다.
‘프랑크스’에 오른 두 조종사는 위 이미지처럼 자리한다.
여성 조종사는 오토바이에 탄 듯 ‘프랑크스’와 정신적으로 결합한다.
그 후 슈트 엉덩이 부근에서 조종간이 튀어나오고, 남성 조종사가 그를 잡고 조종한다.
즉, 처음부터 후배위 자세를 연상시킨다.
두 조종사가 처음 ‘프랑크스’에 타서 서로 교감을 하며 정신적으로 하나로 결합하는 과정 중
‘여성 조종사’는 아파하기도 하고, 불쾌함을 느끼기도, 신음소리를 흘리기도 하고, 느끼기도 한다.
‘남성 조종사’도 그 과정에서 상냥하기도 하고, 과격하기도 하고, 너무 미안해하기도 하고, 강압적이기도 하다.
이렇듯 말로만 표현을 안 했지, 대놓고 성관계 코드를 집어넣은 작품은 끊임없이 이 성적인 표현을 쏟아낸다.
(대놓고 여성 조종사가 엉큼해야 더 싱크로가 잘 된다는 식의 성적 농담도 나옴)
두 인물 간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프랑크스’ 안에서 싱크 게이지가 제대로 차오르지 않는 경우.
싱크로 게이지가 오르지 않고 축 쳐지는 묘사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음)
그 이유로 남성 조종사가 민망해하는 묘사 (첫 경험 긴장감이나 취기로 인해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
반대로 여성 조종사가 진심으로 자존심 상해하는 묘사 (내가 성적으로 매력이 없나? 하는 듯)
‘프랑크스’ 운용이 끝난 후,
‘남성 조종사’가 ‘여성 조종사’에게 “어때? 좋았어?”라든가, “미안해, 내가 좀 더 상냥하게 했어야 했는데.”라든가.
‘여성 조종사’가 ‘남성 조종사’에게 정색하며 “너 진짜 못해.”라고 말하는 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자 다른 여성 조종사와 프랑크스를 타려고 하는 캐릭터.
다른 남성 조종사와 눈이 맞아 그 남성과 프랑크스를 타는 캐릭터.
중반부에는 심지어 무성 캐릭터가 등장하며 서로 자리(탑, 바텀)에 구애받지 않고 돌아가며 타는 퀴어 코드도 나온다.
성욕과 속궁합에 관한 은유도 넘쳐난다.
‘여성 조종사’의 파워 출력을 따라갈 수 없어 온몸의 혈관이 터지고 무언가에 빨려 먹힌다는 느낌을 묘사한다는 둥,
둘의 호감이 강해질 수록, 연대가 깊어질 수록, 합을 맞출 수록 ‘프랑크스’의 게이지가 강해진다는 둥,
정말 대놓고 이러한 장면들을 그려낸다.
때문에 아직 이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본 적이 없다.
여태 부정적으로 쭉 말하긴 했지만, 이는 묘사적인 부분에서의 언급이다.
이 선정적인 묘사의 장벽이 거대할 뿐,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섬세하게 그려냄이 좋았다.
이런 묘사를 통해 더욱 직관적이고 과감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마냥 칭찬만 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과도한 서비스씬에 있다.
차라리 서비스 씬 하나 없이 진중한 느낌을 냈더라면, 이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묘사도 나름의 당위성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성적 메타포와 함께 온갖 서비스씬을 다 때려박았다.
하루종일 엉덩이와 안쪽 라인을 그리고, 가슴 만지고, 신음소리 내고, 느끼고, 눈물 흘리고, 기뻐하고, 성적 농담을 주고 받는다.
이런 장면이 쉬지 않고 들어가니까 좀 천박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과도한 서비스씬 때문에 이 앞에 설명한 모든 묘사들도 덩달아 퀄리티가 낮게 보인다.
: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 하지만 스토리가 산을 넘어 우주로.
‘제로투 댄스’가 유행한 데에는 비단 춤과 노래, 타이밍 덕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히 ‘제로 투’라는 캐릭터의 디자인이 빛을 발했다.

실제로 <달링 인 더 프랑키스>를 보면, 이 ‘제로 투’에게 흠뻑 빠지기도 한다.
‘제로 투’의 분위기, 디자인, 행동, 성격, 서사 등 왜 ‘제로 투’가 그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위에서 부정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묘사로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도 분명히 있다.
여기에 청소년들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가다보니 하나의 ‘로맨스 코메디’ 장르를 보고 있는 재미도 있다.
풋풋하기도, 한심하기도, 욕이 나오기도, 애틋하기도, 낯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2쿨이라는 분량은 턱없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 ‘로맨스 코메디’ 장르의 느낌을 내며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서사를 부여할 분량이 필요했다.
주인공 ‘히로’와 외부에서 들어온 정체불명의 ‘제로 투’의 이야기를 전개시킴과 동시에
다른 13 부대 조연들의 서사 하나하나를 훌륭하게 돌아본 결과 우리는 이 작품이 말하는 ‘사랑’의 담론에 한껏 다가갈 수 있었다.
그만큼의 서사를 부여하다보니 오히려 스토리 진행은 절반이 지난 시점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스토리 전개의 과부하는 극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심각해진다.
분량의 제한에 따른 급전개가 필연적으로 시작됐다.
떡밥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나인즈’)가 대거 투입이 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떡밥이 또 생기고,
그 전에 착실히 서사를 쌓은 조연들의 분량은 증발해버리고 만다.
‘제로 투’의 비밀도 풀어야 했고, ‘히로’는 무엇이기에 그런 ‘제로 투’와 같이 ‘프랑크스’를 탈 수 있는지 알려줘야 했다.
‘규룡’은 무엇이고, 불로불사를 얻은 ‘어른’은 무엇이며, 그 ‘어른’들이 숨기는 진실은 무엇인지 풀어야 했다.
와중에 새로 등장한 ‘나인즈’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기존의 13부대 조연들도 챙겨야 했다.
다시 말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안고 감과 동시에
아이들의 결핍을 해소해야 하고,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야 하고,
세계관 설정의 비밀을 파헤쳐야 하는데,
이 작품의 장르는 SF임을 잊으면 안 되고,
와중에 오마주도 신경 써야 했다.
그래서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좀 중구난방해진다.
나름대로 재밌게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뭐지? 싶어진다.
스토리가 산을 넘어 우주로 가는 와중에, 이야기도 정말 우주로 넘어가면서 끝이 난다.
★★
전체적으로 너무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조연들의 서사를 이쁘게 쌓고,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은 너무나 재밌게 본 작품이라 더욱 아쉽다.
당연히 재미는 있다.
후반 급전개가 문제지, 그 전까지는 난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프랑크스’ 디자인 하나는 좀 마음에 안 들기는 한다.
기체 얼굴 외형이 너무 사람 같아서 <배틀 비드맨> 느낌이 낭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