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의 리뷰

애니메이션 극장판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이 구제불능을 밑에서부터 어퍼컷을 날릴까? 옆에서 훅을 날릴까?

※본 포스팅은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작성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과 스포가 매우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 이전에 <타상연화(打上花火)>로 먼저 접했다.
어쩌다 알게 된 J-POP로만 알았지 애니메이션 극장판 ost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저번에 친구가 애니메이션 ost 오케스트라 다녀와서 엄청난 호평을 하면서 플레이리스트도 같이 알려줬다.
그제야 이 곡이 ost인 걸 알게 되면서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존재도 알게 됐다.

지금까지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나간 적 없이 잘 듣는 곡인 만큼 잔뜩 기대를 안고 극장판도 찾아봤다.
그런데…


<간략한 줄거리>

중학교 1학년의 남주 ‘노리미치’.
여름방학 중 불꽃놀이를 앞두며 친구들과 시시콜콜하게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노리미치’가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여주 ‘나즈나’는
문득 ‘노리미치’에게 다가와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꾸만 실패를 한다.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간 ‘노리미치’는 ‘나즈나’에게 받은 신비한 구슬을 던져본다.

그러자 갑자기 시간이 되돌아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본 작품을 굉장히 실망하며 봤다.
정확히는 실망한 것을 넘어서 좀 화날 정도로 심각하게 봤다.
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 왜 이 영화가 망작이라는 소리를 듣는지에 대해 써볼까 한다.

스토리 해석을 기대했다면 본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 훌륭한 작화와 영상미. 하지만 그것뿐.

애니메이션 극장판답게 작화영상미는 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특히 각 공간의 배경 그림이 참 아름답다.

‘불꽃놀이’가 소재인 만큼, 칠흑같은 밤과 불타오르며 터지는 그 폭죽의 색감 대비도 좋았다.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안에서 몽글몽글한 느낌을 살리는 그 작화도 좋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안에서 참 많이 쓰이는 두 가지 ‘불꽃놀이’와 ‘수영장’에 대한 작화 하나로 정권찌르기 한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유명한 <타상연화>와 함께 마무리되는 그 장면 자체는 아름다웠다.

문제는 이게 전부다.

이 영화는 개연성, 서사, 캐릭터성, 감정선 그 모든 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가령 지점토로 무언가를 빚는다고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확실하게 외형을 깎은 후에 디테일을 살린다.
그 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 요소로 장식이 되어야 한다.

이 작품은 그 장식만 신경 쓴 느낌이다.
무슨 색을 입히지? 헤어 스타일은 어떻게 하지? 어떤 옷을 입히지? 에 대한 고민은 있는데,
막상 그 지점토 모양이 망가져 있다면 그 모든 장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다 보니 그 작화와 영상미는 제대로 감동을 주지 못 한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에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치트키‘적인 요소에만 의존한 것 같다.

무슨 치트키?
여름 분위기를 내는 색감, 몽글몽글한 캐릭터 표정, 감동적인 ost, 그 후 애틋한 분위기.

아무리 애니메이션에서 작화와 영상미가 중요한 요소라 해도,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제대로 구축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그게 전혀 안 되어 있다.

: 망가진 개연성, 빈 서사, 따라갈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선.

이 작품은 ‘노리미치’‘나즈나’의 이야기다.

대놓고 ‘사랑의 도피’라는 단어를 쓸 만큼 ‘사랑’이라는 설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러면 관객에게 도피를 해야 할 만큼 이 둘의 관계 보여줬어야 했다.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쌓여 왔는지 말해줬어야 했다.
인물들의 과거와 결핍을 묘사해 저런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해줬어야 했다.
인물들의 내면 심리 또한 잘 드러내줘서 관객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을 느끼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모든 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랑의 도피가 이 영화를 전개시키는 동력인데 우리는 저들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영화 초반 ‘노리미치’가 ‘나즈나’를 보고 한 눈에 반한 듯한 단 2초, 찰나의 연출만 있다.
아무런 연결점이 없다가 냅다 ‘나즈나’가 ‘노리미치’에게 불꽃놀이를 가자고 한다
거기서 갑자기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한다.

이 사랑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다.
이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도 전혀 없다.
이 인물들의 결핍이나 내면의 아픔도 전혀 없기에 아무런 서사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게 망가지니 개연성이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모든 장면이 절단되어 사진첩처럼 이어진 기분이다.

그렇다 보니 몰입이 전혀 안 된다.

안타깝지도 않고, 긴장 되지도 않고, 풋풋하지도 않는다.

영화적으로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보니 전시회 앞에 붙어 있는 간단한 설명글보다도 맛이 떨어진다.

이 작품은 이러한 서사, 인물의 심리, 행동의 이유 등을 오로지 ‘정보‘처럼 전달만 하고 있다.
인물들이 전혀 살아 숨쉬고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주인공인 ‘노리미치’와 다른 조연 남자 캐릭터와 헷갈릴 정도다.

: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본 작품은 90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안 그래도 짧은 지면에 다소 불필요한 분량들이 자리를 차고 있다.

우선 과도한 서비스 씬.

운동하는 여자 애들을 보면서 몇 컵일까 하는 장면.
도중도중 여자 허벅지와 가슴 움직임에 앵글을 두는 장면.
선생님 몰카 촬영과 공유하겠다는 장면.
데이트 나간 여자친구 가슴을 보며 성적 농담을 던지는 장면.

단순히 정신 나갈 것 같은 성적 희롱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안 그래도 짧은 러닝타임에 이야기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고 그리 재밌지도 않은 걸로 잔뜩 채웠다.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 끌어야만 하는 잡지에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만화인가?
작품적으로 제대로 할 걸 하고 남는 지면을 채우기 위함이었는가?

당장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채우고 빌드업을 채우기도 바쁜 시간에 이런 장면만 쏟아진다.

두 번째는 불꽃놀이에 대한 이야기.

소재가 불꽃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짧다보니 이 불꽃놀이 장면이 이어질 수록 그래서 이야기는 언제 나아가지 싶다.

우리는 여전히 인물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노리미치’와 친구들이 불꽃놀이 가지고 대화하는 것만 보고 있다.

정확히 시간을 재본 것은 아니나 체감상 서비스 씬과 불꽃놀이 장면이 전체의 1/3을 차지한 것만 같다.
나머지 60분 안에 사랑의 감정, 도망가는 장면, 그들의 사랑, 인물들의 결핍, 이야기의 서사 등등을 다 쑤셔 넣어야만 했다.

마지막은 타임루프.

인물들이 전혀 입체적이지 못 하고, 평면적으로 정보 전달만 하다 보니 이야기의 동력이 없어졌다.
결국 이야기를 종막으로 끌고 가기 위해 택한 방식이 ‘타임루프’다.

정말 많은 작품에서 타임루프를 선택하고 있고, 그만큼 일종의 클리셰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타임루프를 사용한 것을, 클리셰처럼 사용된 것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어찌 됐든 타임루프는 일상적인 것을 비트는 과정이고, 시공간이 뒤틀리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지기 위해서는 착실한 빌드업과 설득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클리셰로 쓰여져도, 최소한의 설계는 되어 있어야 한다.

근데 짧은 러닝타임에서 인물들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타임루프까지 껴버리니 작품이 완전히 산으로 가버렸다.

결국 이것마저 이미지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짜잔 지금부터 세계선이 뒤틀립니다, 라는 정보 전달로 끝이 난다.

이러한 게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이야기를 감상하는 게 아닌 지문을 읽는 거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평가 : ☆

웬만해선 0.5점을 주지 않는데 참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났다.
더군다나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기에 더욱 후한 느낌도 있다.
조금 개연성이 부족하더라도 장르적인 특징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근데 이 작품은 무엇이 남았지? 아, <타상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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